
도둑과 도둑님
어느 젊은 스님이 인사를 드리자 큰스님은
"야, 이 도둑놈아!"하고 고함을 치시며 사라져버렸습니다.
한 달쯤 후에 만난 큰 스님의 답례는 똑같았습니다.
며칠 후 큰 스님과 다시 마주친 젊은 스님이 작정하고 따져 물었습니다.
"스님, 제가 왜 도둑놈입니까?"
"아님 말고!"
큰 스님의 짧은 대답에
허탈해진 그 스님은 평생
"야! 이 도둑놈아!"가 화두話頭가 되어
자신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도둑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밥도둑, 시간 도둑, 약속 도둑, 지식 도둑, 은혜 도둑, 양심도둑 …….
하나 같은 도둑들이 도둑놈인지도 모르고
'도둑님'으로 시치미 떼고 살고 있습니다.
이정우 (군승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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