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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8-12 17:29
일간스포츠 (불교에 빠진 이대호, 4년째 장학금 후원)
 글쓴이 : 원오사
조회 : 2,945  

'타격 7관왕'이 마음을 다스리는 비결은 불교와 사색이었다.
2005년 겨울 경남 양산 통도사. 바람에 부딪히는 풍경 소리만 들려오는 고요한 법당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단정하게 정좌한 그는 명상에 잠겨 있었다. "세상에 찌들었던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였다." 이대호(29·롯데)는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 9일 사직구장에는 반가운 손님 40여 명이 방문했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원오사가 운영하는 '든솔학교(저소득층 아동 대상 방과후 교실)' 학생들이 4년째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는 이대호를 만나기 위해 왔다. 꿈에 그리던 '영웅'을 만난 학생들은 정성들여 쓴 편지를 읽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벌써 중학생이 됐다. 예쁘게 자라줘서 신기하다"며 함박웃음 짓는 이대호의 곁에는 한 스님이 있었다. 원오사 주지 정관스님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 2005년 통도사에서 만났다. 구단에선 체중 감량을 위해 이대호를 산사로 보냈다. 이대호는 채식과 등산을 하며 다이어트에 힘을 쏟았다. 당시 통도사서 수련 중이었던 정관스님은 "정말 성실했다. 채식으로 소식을 하면서도 훈련과 고된 산행을 빼먹지 않더라. 인상적이었다"고 귀띔했다.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마시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우정을 쌓았다.

이대호는 "법당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안정된다. 잡념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에게 2005년은 추웠던 해였다. 뜻한만큼 야구가 잘 되지 않았고, 심신이 지쳤다. 그는 "정관스님과 이야기 하며 세상에 찌들었던 나를 되돌아봤다. 마음을 다잡을 수있었던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이 덕분이었을까. 이대호는 이듬해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이후 그는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절을 찾았다. 지난 초파일에는 아내 신혜정씨와 원오사를 찾아 2세를 기원하는 '기와불사(기와에 기원을 적어넣는 것)'도 했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을까. 이대호는 2주 뒤 그토록 기다렸던 2세 소식을 들었다.

이대호와 불교의 인연은 유년기부터 시작됐다. 할머니 밑에서 성장한 이대호는 집 근처에 있던 '진홍사'를 종종 찾았다. "할머니가 절에 다니셨다. 손을 잡고 법당에 가면 향 냄새가 났다"던 그는 "지금도 절에만 가면 그 때 생각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 최고 타자가 된 이대호는 원오사 '든솔학교'를 지원하며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다. 자신이 절에 다니며 키웠던 꿈을, 아이들도 함께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이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